헬로우빅토리아 교육 칼럼
“고등학교는 대학을 잘 가기 위한 곳이 아니라, 대학에서 잘하기 위해 준비하는 곳이다.”
저는 캐나다에서 자녀의 고등학교 생활을 바라볼 때 이 문장을 기준으로 삼았으면 합니다. 좋은 대학에 합격하는 일은 물론 중요합니다. 다만 합격증을 받은 순간까지의 계획에, 그다음 학기를 살아갈 준비도 들어 있어야 합니다.
대학 이름과 입학 성적을 이야기할 때 한 가지를 더 물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누가 옆에서 일정을 챙겨주지 않아도 공부하고, 사람들과 협력하고, 힘든 한 주를 스스로 조정할 수 있을까요?
점수를 만드는 전략과 공부를 감당하는 힘
지원 대학이 반영하는 과목과 성적 산정 방식, 선수과목을 정확히 이해하면 입학 준비를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강점을 살려 좋은 점수를 받는 것도 필요한 전략입니다. 대학·전공마다 선발 방식이 다르므로 전략만으로 합격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문제는 선택의 기준이 ‘점수를 받기 편한가’에만 머물 때입니다. 성적표는 좋아졌는데 긴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하는 힘, 여러 단계의 문제를 끝까지 푸는 힘, 모르는 내용을 직접 찾아 배우는 힘이 충분히 자라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는 이 차이가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강의를 이해하는 것과 과제를 완성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한 과목의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과목의 보고서와 팀 프로젝트도 진행됩니다. 과제마다 필요한 시간이 얼마인지 판단하고, 겹치는 마감 속에서 일을 끝내야 합니다.
UVic의 신입생 학업 안내도 대학에서는 수업 밖 학습과 독립적인 분석이 늘어나고, 학생이 필요한 도움을 직접 찾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대학 공부를 준비한다는 것은 이런 학습 환경에 익숙해지는 일이기도 합니다.
공식 안내: https://www.uvic.ca/orientation/new-student-handbook/academic-success/index.php
고등학교 때 차는 ‘모래주머니’
관심 전공의 기초 과목과 학습 기술을 고등학교에서 차근차근 익히는 과정은, 비유하자면 모래주머니를 차고 준비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어렵고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익힌 방법은 대학에서 새로운 내용을 받아들일 여유를 만들어 줍니다.
이공계에 관심이 있다면 수학 공식을 외우는 데서 더 나아가 왜 그렇게 푸는지 설명해 보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인문·사회 분야를 생각한다면 글의 주장과 근거를 구분하고 자기 생각을 문장으로 정리하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어느 전공이든 읽기, 쓰기, 자료 정리, 질문하기는 오래 쓰는 도구가 됩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심화 수업이나 AP·IB 과목도 학생의 준비도와 진로에 맞으면 이런 도전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정 프로그램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일반 수업에서도 과제를 깊이 있게 해내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같은 힘을 기를 수 있습니다.
모래주머니의 무게도 조절해야 합니다. 어려운 과목을 무조건 많이 선택해 잠과 건강을 잃으면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실력에서 조금 더 노력해야 해낼 수 있는 도전을 쌓고, 막히는 부분은 선생님과 상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미리 배운 개념이 낯섦을 줄여주고, 미리 익힌 공부 방법이 시행착오를 줄여줍니다. 그만큼 대학에서는 이해와 응용에 시간을 더 쓸 수 있습니다.
대학에서 시간을 관리한다는 것
저는 대학 생활을 준비하는 여러 능력 가운데 시간관리(Time Management)를 가장 중요한 축으로 봅니다. 학생에게 주어진 하루는 같은 길이인데, 수업과 과제뿐 아니라 식사, 이동, 친구, 운동, 생활 문제까지 그 안에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시간관리는 달력에 마감일을 적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일을 작은 단계로 나누고, 실제 필요한 시간을 가늠하고, 먼저 할 일을 정하는 능력입니다. 계획이 어긋났을 때 다시 조정하고, 시간이 부족하면 도움을 요청하는 판단까지 포함합니다.
금요일에 보고서를 내야 하고 화요일과 목요일에 운동이 있다면 어떻게 준비할까요? 일요일에는 자료를 찾고, 월요일에는 개요를 만들고, 수요일에는 초안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운동이 있는 날도 이동·식사·휴식 시간을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예상이 틀릴 수 있습니다. 보고서 초안에 한 시간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세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를 경험하고 다음 계획을 고치는 일이 고등학교 때 해볼 만한 연습입니다.
부모가 운동과 음악을 함께 시키는 이유
부모가 어릴 때부터 학교생활에 운동과 음악을 더해주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가 좋아해서, 건강을 위해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위해서 시작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여러 약속을 함께 지키는 연습’이라는 교육적 의미도 더할 수 있습니다.
학교 숙제가 있는 날에도 팀 훈련은 열리고, 다른 과목 시험을 앞두고 있어도 합주 준비는 이어집니다. 아이는 자신이 선택한 활동을 계속하려면 언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부모가 적절한 활동과 일정을 마련해주는 일을 저는 이런 생활 연습의 기회를 만드는 과정으로 보고 싶습니다.
운동에서는 팀에 필요한 역할을 맡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에도 동료와 소통하는 경험을 합니다. 음악에서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는 부분을 반복해서 연습하고, 합주할 때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자기 속도와 크기를 맞춥니다. 이런 경험을 돌아보고 공부와 연결할 때 꾸준함과 협력의 연습이 됩니다.
비싼 레슨이나 많은 활동이 필수 조건은 아닙니다. 학교 동아리, 지역 프로그램, 꾸준한 취미와 가정에서 맡은 역할에서도 약속과 책임을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의 관심과 체력에 맞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스스로 준비할 몫을 갖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회성과 ‘지는 법’도 배워야 합니다
대학에서는 혼자 문제를 잘 푸는 능력과 함께 다른 사람과 일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팀원과 일정을 맞추고,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맡은 일을 기한 안에 넘겨주는 작은 행동들이 협업을 만듭니다.
운동 경기와 음악 활동은 경쟁의 결과를 받아들이는 연습의 기회이기도 합니다. 충분히 준비했어도 질 수 있고, 원하는 역할이나 자리에 뽑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때 상대의 노력을 인정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살펴보고, 다음 연습으로 돌아가는 태도를 배울 수 있습니다.
경쟁에서 승복한다는 것은 자기 가치를 낮추는 일이 아닙니다. 공정한 규칙과 결과를 존중하면서 다음에 바꿀 수 있는 행동을 찾는 것입니다. 이해되지 않는 판단에는 예의를 갖춰 설명을 요청하는 법도 함께 배워야 합니다.
대학에서 기대보다 낮은 성적이나 날카로운 피드백을 받았을 때도 이런 태도가 도움이 됩니다. 속상한 마음을 정리한 뒤 평가 기준을 확인하고, 교수나 조교에게 질문하고, 다음 과제의 방법을 바꾸는 것입니다. 결과를 견디는 힘과 다시 시도하는 힘은 함께 자랍니다.
부모의 일정표에서 아이의 일정표로
어릴 때에는 부모가 활동 시간을 정하고 준비물을 챙겨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일정 관리의 주체가 아이에게 옮겨가야 합니다. 아이가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어도 부모가 매번 마감을 기억하고 연락과 준비를 모두 대신한다면, 스스로 관리할 기회는 적을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라면 다음 날 준비물을 직접 챙기고 정해진 연습 시간을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중학생이라면 숙제와 활동을 주간 달력에 함께 적어보고, 고등학생이라면 과제에 필요한 시간과 선생님께 질문할 시점까지 스스로 계획해 보게 합니다.
부모는 일주일에 한 번 “이번 주에 시간이 가장 많이 필요한 일은 무엇이니?”, “겹치는 일정은 어떻게 조정할 생각이니?”, “어디에서 도움이 필요하니?”라고 물어볼 수 있습니다. 계획을 설명하고 수정할 기회를 아이에게 주는 것입니다.
잠과 휴식, 아무 일정 없이 쉴 시간도 달력에 있어야 합니다. 활동을 줄이거나 한 가지를 다음 학기로 미루는 결정 역시 시간관리입니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아는 학생이 대학에서도 더 오래 자기 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합격 이후까지 바라보는 고등학교 생활
대학에서 잘한다는 것은 성적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수업을 이해하고, 함께 일할 사람을 만나고, 자기 생활을 돌보며, 어려울 때 필요한 도움을 구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UVic의 Study Solutions도 시간관리, 읽기·쓰기, 시험 준비, 그룹 활동과 대학 적응을 돕습니다. 혼자 버티기보다 도움을 활용하는 방법도 미리 배울 수 있습니다.
학습 지원 안내: https://onlineacademiccommunity.uvic.ca/lap/studysolutions/
그래서 고등학교 과목표와 방과 후 일정표를 볼 때는 합격 가능성과 함께 아이에게 남을 능력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조금 어려운 과목을 끝까지 해본 경험, 연습과 숙제를 스스로 배치한 경험, 팀원에게 약속을 지킨 경험, 지고 난 뒤 다시 준비한 경험이 다음 단계의 밑바탕이 됩니다.
아이와 진학 이야기를 나눌 때, 대학 이름을 물은 뒤 이 질문도 함께 건네보면 어떨까요.
“그 대학에 들어간 다음, 네 공부와 생활을 스스로 꾸려갈 준비도 하고 있니?”
헬로우빅토리아는 대학 합격 이후까지 이어지는 과목 선택, 학습 습관과 생활 준비를 함께 생각합니다.
상담: https://hellovictoriacanada.com/contact/
작성: 2026년 9월 21일 · 헬로우빅토리아 교육 칼럼
이 글은 고등학교 교육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견해입니다. 모든 캐나다 학교나 가정의 운영 방식을 뜻하지 않으며, 과목 선택과 입학 요건은 지원 대학·전공의 최신 안내를 함께 확인하세요.
